미국 연방 준비 제도(연준)가 내년에는 경기부양을 위해 다시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채권 시장에서 힘을 얻고 있다.
연준이 26~27일(이하 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지난달에 이어 또 한 번 0.75%p 금리 인상을 준비 중인 가운데 채권 시장에서는 이 같은 베팅이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 경기침체때문에 통화정책 방향 틀 것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채권 시장에서 연준이 올해 말까지는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섰다가 이후 입장을 바꿔 내년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펼치는 지금의 강력한 금리 인상이 결국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으면서 통화 정책 방향을 틀어 다시 금리 인하로 돌아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연준이 지속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으로 인해 채권 시장에서는 시중 금리 기준 물인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3%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연준이 실제로 통제하는 기준금리인 연방 기금(FF) 금리 목표치 1.5~1.75%p보다 2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덕분에 연준의 인플레이션 고삐 죄기 목표 달성은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이뤄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채권 투자자들은 이 같은 흐름 속에 연준이 내년 중반부터는 결국 곧바로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베팅하고 있다.
■ 연말 3.3% 정점 찍고, 내년 동결 뒤 6월 인하 시작 오버나잇 인덱스 스와프 같은 금리 파생 상품 흐름은 이런 투자자들의 전망을 잘 드러내고 있다.
금리 파생 상품 움직임으로 보면 22일 현재 채권 투자자들은 연준이 27일 FOMC에서 0.75%p 금리 인상을 결정하고, 올해 말까지는 FF금리 목표치를 3.3%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그러나 이후 추가 금리 인상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신 내년 6월부터는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리 인하 흐름 속에 2024년 중반에는 연준 FF 금리 목표치가 2.5%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모간스탠리투자운용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 짐 케이론은 "예상이라는 관점에서 이처럼 극단적인 움직임은 없었다"며 지금 같은 채권 투자자들의 전망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 전례 없지는 않아 연준은 이전에도 수차례 금리를 올린 뒤 1년도 채 안 돼 금리 인하에 나선 적이 있다.
가장 최근 사례는 2019년이었다.
2018년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연준은 이듬해인 2019년 7월에는 기준금리를 0.25%p 낮춘 바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런 급격한 정책 변화를 예상할 때 늘 신중했다.
케이론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 연준이 지금 같은 속도로 금리를 급격히 끌어올리며 기준금리를 3%p 인상했을 당시만 해도 채권 투자자들은 연준의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연준은 1995년 2월까지 금리를 올린 뒤 5개월 뒤인 7월에는 금리를 다시 낮췄다. 그렇지만 채권 시장에서는 5월이 될 때까지 이 같은 금리 인하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채권 투자자들은 그러나 이번에는 다른 전망을 하고 있다. 연준의 강력한 금리 인상에 따른 급격한 주택 수요 둔화, 소비 지출 감퇴, 또 내년에는 3.8% 수준까지 오르겠지만 결국에는 2.5% 수준으로 기준금리가 낮아질 것이라는 연준 자체 전망 등을 토대로 연준의 금리 인하 베팅을 강화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송경재 기자 ? |